아빠와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 (11.11.10.~11.)
아! 저는 태어나서 옹아리를 거쳐 말문이 터져 나불나불 거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아빠를 아빠라 부른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아버지"였죠.
그도 그럴것이...
제 위로 누이가 다섯인데 누이 다섯이 한사람을 향하여 아버지~ 아버지~ 그래되니 저도 당연히 기어댕기면서 아버지~ 아버지~ 했더랬죠.
그래서 이 글에서나마 신나게 "아빠"라 칭하려 합니다.
웃긴건 누이 다섯이 서로 언니~ 언니~ 부르니 저는 대략 군대전역하기 전까지 누이들을 언니~ 언니~ 하며 불러더랬죠.
국민학생 가필드는 넘이집 누이들도 언니 언니 부르다...
중학생 가필드가 되어서야 넘이집 누이들에게는 누나 누나~ 부르게 되는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게 됩니다.
누이들이 고등학생 가필드에게 언니라 부르지 말라고 혼도 내고 하였지만...
저에게 우리 언니들은 언니들일 뿐입니다. 언니~~~
드라마 "추노"에서 남자들끼리 서로의 호칭을 "언니"라 부를 때는 어찌나 반갑고 통쾌하던지...
아빠와 저는 산행을 같이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전 낚시 몇번과 그에 따른 캠핑을 한적은 몇번 있었지만 산행은 처음 입니다.
제 기억이 있는 어릴적 부터의 아빠는 아웃도어라이프를 참 즐기시는 분으로 기억 되십니다.
제 외할머니는 그런 아빠를 보고 극단적이 표현을 한번 하셨는데...
심드렁하신 표정으로 "니애비는 한량이다.!"라고 저에게 정의해 주셨습니다. 헐~
한번은 엄마가(엄마는 언제나 엄마셨습니다.) 주말마다 낚시를 가시는 아빠가 미워
낚시 장비 일체를 고물상 리어커에 친절히 손수 실어주시는 사고(?)까지 치셨더랬죠. 뻥튀기도 안 받고 말이죠.
그 장면을 목격한 언니의 말에 따르면 고물장수 표정이 "이게 왠 횡재야~~~"였답니다.
아무튼 그런 나날들을 보내다 아빠는 위암수술을 받으시고
하지만 젊어서 부터 몸관리를 철저히 하신덕에 의사와 주위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빠른 쾌유와 완쾌를 하셨고
그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시다 산에서 헬스장에서 쓰려지시면서 심장병을 알게 되시고
심장판막 수술까지 하시게 됩니다.
수술결과도 좋았고 완쾌하셨지만...
그동안의 고비를 무사히 잘 넘기셨지만...
쥐띠 36년생 이십니다.
나이, 연세가 문제더군요.
기력!
점점 쇠하시는 것이 제눈에도 보이는데...
물론 친구분들이나 동년배의 분들에 비하면 무척 건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만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야~ 설악산이나 한번 갔다오자 하십니다."
대답은 짧게 "넵" 였지만
머리속은 참 길게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암튼 아빠와 가필드는 설악산을 가게 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흔들바위 이후로 처음이며
아빠는 십몇년만이라 하십니다.
9일 하루 신세질 오색그린야드에 도착. 여장을 풀기도 전에 어디를 나서십니다.
마구 달리신 그곳은...
주전골 오색약수 입니다.
"맛 좋다~~~!" 하시기에...
워낙 유명한 오색약수이기에(전 처음입니다.)
한모금 벌컥 들이키니...
'모야 물맛이 왜이래?' 하니
아빠는 저를 촌넘 보듯이 바라 보십니다.
사람 많을 때 오면 구경도 못하는 물 이랍니다.
오색에서 아침식사후 택시를 타고 한계령에...
택시명함을 내밀며 한계령에 주차를 하지 못한다는 식당주인에 말에
택시 타고 왔건만... 주차장이 널널 합니다.
한계령이 높긴 높습니다.
얼마 오르지 않아 이런 모습을 보여 줍니다.
서북능선에 도착했습니다.
친구분들 말에 의하면 산에서 날라 다니셨다는데...
아빠의 산행속도는 매우 느렸습니다.
느리다기 보다는 무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시더군요.
재작년인가 홀로 "나 지리산 간다.!"하시고
당일로 중산리에서 천왕봉찍고 장터목 거쳐 중산리로 하산 하셨는데...
그때 이후로 큰산을 안 다니시더군요.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끝청 입니다.
봉정암과 용아장성이 보입니다.
그리고 중청대피소.
드디어 "대청봉" 입니다.
아빠는 대청봉에 오르자...
늙은 라이언 일병이 밀러대장 비석을 어루만지듯 정상석을 어루만지시는데...
대청봉 "봉"자의 색이 바랬다며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 대하듯 대화도 하시네요.
순간 제가 울컥했습니다. ㅠ_ㅜ)a
아빠와 함께 인증샷!!! ^^;
무척 아쉬워 하시며 하산을 하십니다.
하산하시며 저에게 무슨 말씀을 해주셨는데...
뒤에서 울뻔했습니다.
식사후 저에게 맛있는 차를 주시겠다며 바리바리 싸오신 것들을 푸시네요. ^^;
중청에서의 아름다운 밤이 저물고 있습니다.
중청대피소 내부 입니다.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직원분이 아빠를 보시더니 아주 좋은 자리로 배정해 주셨습니다.
동해바다와 속초시의 야경이 참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다 눈이 오다 합니다.
전날 숙소에서 뉴스를 보니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며 아나운서들이 마구 기뻐하던데...
오늘도 눈발이 마구 날렸습니다.(굼뜬 가필드 사진기를 갖고 나오니 폭우로 바뀌더군요.)
소청방향으로 해서 봉정암 지나
아빠의 이번 산행의 몇가지 목적중 하나인 오세암 방향으로 하산입니다.
예전에 설악산 오시면 "오세암 가봐야 하는데...가봐야 하는데..."하시면서 매번 지나치셔셔 한번도 못가본 곳이라며 이번에 가셔야 하신다 하십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그치질 않네요.
희운각 대피소, 공룡능, 속초시 모두 보입니다.
소청대피소는 공사중 입니다. 120명 규모로 짓고 있으면 내년 가을쯤 완공이라 하네요.
봉정암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산행 목적중 한가지이기도 한 사리탑 봉양.
사리탑 바로 옆 이곳을 가리키시며
"여기가 용아장성능 끝이야" 하시며
여기를 다시 타봐야 하는데... 하십니다. ^^;
하루만에 용대리에서 걸어서 백담사 지나 용아장성능 타고 다시 백담사로 내려 왔다는
딸기님의 산행후기를 얘기했더니...
"미친넘들" 이라 하시네요. ㅎㅎㅎ
참고로 아빠는 저의 98L 박배낭을 못마땅해 하십니다.
사리탑에서 바라본 봉정암(백담사의 말사라고 하시던데... 원두커피님에게 자세히 물어봐야겠습니다.)
이때까지 아빠도 저도 이길이 길고 지루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용아장성릉이 보이네요.
아주 이쁜 길인데... 사진에 못 담았네요.
이길엔 나무가지 위로 "안전지킴이"라는 표식이 높이 끝이질 않고 걸려 있습니다.
처음엔 봉정암으로 봉양 가시는 할머니들이 많다기에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가야동 계곡입니다.
거의 다왔는지 알았습니다.
거리만 본다면 별거 아니지만...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는 말 여실히 느끼고 왔습니다.
그냥 내리막이 아니라
나중에 알았는데... 다섯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오세암에서 봉정암길 들머리에 있는 표지판 입니다.
나뭇가지 위에 걸린 노란 "안전지킴이"가 생각 나더군요.
길은 잘 되어 있으나 눈으로 덮이면 속수무책일 그런 길입니다.
방향도 계속 바뀌고 몇번 좌우로 흔들리다 보면 방향감각도 상실해 버릴...
고개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오고...
길고 지루해서인지 사람들도 잘 안가는 그런 길 같습니다.
오세암에서 도착하시자 마자 동자승에게로 달려 가십니다.
저는 막대먹은 크리스찬 이지만
아빠는 신실한 "불자"십니다.
봉양드리고 나오시면서 한마디 하십니다.
"원 풀었다!"
영시암?
이런암자가 없었는데... 하시며 가시네요.
예전엔 이곳도(백담분소) 대피소 였다고 하시는데...
거의 다 왔네요.
백담사 안쪽에 있는 곳인데
이곳에 스님들 가둬(?) 놓고 수양시키는 곳이라 하네요. ㅎㅎㅎ
원두커피님에게 여쭤봐야겠습니다.
백담사가 보입니다.
용대리에 도착 택시타고 오색에서 차 찾아 무사히 잘 돌아 왔습니다.
우선 아빠 모시고 무사히 산행을 잘 마치도록 도와주셔셔 감사드리고...
아빠와 산행을 안했던 것을 후회하며...
앞으로 자주 열심히 아빠와 산행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산행기를 마칩니다.
며칠전 아빠가 그러셨습니다.
"이번 겨울엔 한라산이다.! 준비해라!!!"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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